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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의 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기자회견 현장 스케치

    2026.04.27 15:43:29




  • 4월 23일 오전 11시, 종로 헌법재판소 앞은 뜨거운 연대의 목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이미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식을 접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번 기자회견은 단순히 한 사건의 판결을 비판하는 자리가 아니었습니다. 법원이 오랫동안 유지해 온 '최협의설'(폭행이나 협박이 현저히 곤란할 정도여야 강간죄를 인정하는 기준)의 벽을 깨고, 진정한 의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확립하기 위한 중요한 발걸음이었습니다.


    피해자의 거절은 왜 '증거'가 되지 못했나

    이번 재판소원의 핵심은 수십 차례 피해자가 명확한 거절 의사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인 '폭행이나 협박'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이 내려진 현실에 있습니다.

    "저항 유무를 묻지 말고, 동의 여부를 질문하라."

    1시간 동안 75번의 거절, 하지만 결과는 '무죄'

    가해자의 성적 시도에 대해 피해자는 1시간 동안 무려 75회 이상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녹음 파일이라는 명백한 물적 증거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시민들의 상식과 멀었습니다.

    • 법원의 논리: "피해자가 거부했더라도, 가해자가 피해자의 내심(진심)을 오해했을 수 있다."

    • 법원의 잣대: "피해자가 죽을힘을 다해 저항하여 가해자의 폭행·협박이 '항거 불능' 수준에 이르지 않았다면 강간이 아니다." (최협의설)

    • 피해자의 입에서 나온 수십 번의 "No"보다 가해자가 제멋대로 추측한 "Yes"에 면죄부를 준 것입니다.

    피해자가 얼마나 격렬하게 저항했는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상대의 동의를 구했는지를 묻는 것이 상식이 되는 사회. 그 상식을 법제화하기 위해 많은 단체가 이곳에 모였습니다.





    '최협의설'이라는 낡은 괴물

    우리 형법은 1953년 제정 이래, 강간죄를 판단할 때 가해자의 폭행과 협박이 '피해자의 항거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여야 한다는 최협의설을 고수해 왔습니다.

    • 현실과의 괴리: 실제 성폭력 피해의 70% 가까이는 물리적 폭행·협박이 아닌 강요, 속임수, 심리적 취약성을 이용해 발생합니다.

    • 권리의 침해: 대법원은 이미 강제추행에서 이 기준을 폐기했음에도, 더 중대한 신체 침해인 유사강간/강간에서는 여전히 피해자에게 '죽을힘을 다한 저항'을 증명하라고 요구합니다.


    왜 '재판소원'인가?

    피해자는 2심에서 무죄가 확정된 후 대법원의 판단을 받고 싶었지만, 검사가 상고를 하지 않아 그 기회조차 박탈당했습니다. 이제 남은 마지막 희망은 헌법재판소뿐입니다.

    이번 재판소원은 단순히 한 사건의 결론을 바꾸려는 것이 아닙니다.

    1. 성적 자기결정권 보호: 국가가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헌법적 의무를 다하도록 촉구합니다.

    2. 평등권 회복: 주거침입이나 절도는 '의사에 반하기만 해도' 처벌받는데, 왜 성폭력만 '저항'을 증명해야 하는지 묻습니다.

    3. 글로벌 스탠다드: 이미 국제사회는 폭행·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삼는 '동의 모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햇빛이 아주 따가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자리를 지키며 끝까지 발언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동의 없는 성폭력' 재판소원 공동대책위원회의 활동이 헛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가 전향적인 판단을 내려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탁틴내일 또한 이번 기자회견 참여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사법 정의가 올바르게 세워질 때까지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연대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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